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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뽀레 상담

ㅊㅈㅇ 2023. 7. 14. 07:06

어린이집에서 규현이가 너무 말을 안들어서 힘들다고 담임샘이 자꾸 말하고 전화가온다. 하원 때 애 앞에서도 그렇게 말해서..솔직히 좀 화가 나기도 했는데. 규현이가 잘 안먹고 반대로 말하고 떼쓰고 그러는건 집에서도 마찬가지라.. 할 말이 없었다. 내 탓같고.. 훈육도 더 엄하게 해보고.. 칭찬도 해줘봤다가.. 아침에 꼭 가야한다고 소리를 질러보기도 하고.. 엄마 일해야한다고 윽박지르고.. 아님 너 혼자 집에있으라고 다그치고.. 그랬다 ㅠㅠ 여튼 낮잠도 이제 안자고 싶은지 안자려 해서.. 12시반 1시에 데려오고 그랬다. 2시쯤 애가 안자면서 다른 자는애 깨우려고 한다고 연락이 와서.. 여튼 3시까지면 봐주기로 한 시간까진 책임지고 봐줘야하지 않나? 싶다가도 뭐 오죽했음 그러겠나 싶고 또 이해가 안되는 바는 아니었다.

낮잠도 안자고 일찍오는데 여름이라 놀이터도 덥고 모기많고 장마라 바깥놀이도 못가니 실내 방과후 수업들을 알아봤다. 오감토마토 체험미술이란델 가니 주 1회 한달에 18만. 방문미술보다 스케일도 크고 재미있어 했는데.. 다음에 또 오기는 싫다고 했다.

멘토짐이라고 실내체육 운동발달 4세반에 갔는데 너무너무 재밌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웃고 놀다가 왔다. 그래서 등록.. 여기도 주 1회 월 18만원.. 미술샘도 애가 호기심이 많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알고 응용을 한다. 적극적이다. 똑똑하다. 근데 조심성이 많다. 그런 얘길 했다.

체육샘도 끝나고서 이렇게 하라고 길을 알려주면 그걸 바로 외우고 하는게 똑똑하다. 대근육 발달이 뛰어나고 힘이 정말 세다. 지칠 줄 모르고 밝다. 그러나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하고 규칙을 배워야하겠다. 등의 이야길 해줬다..이런식으로 좋아하는거 재밌는거 하면 집중력도 뛰어나고 엄마도 안찾고 몰입해서 성과를 보이고 해피한데.. 왜 어린이집에선 아무것도 안한다고 하고 어기장을 놓을까.. 계속 고민하게 됐다.

얼집 샘도 얘의 이런 예민한 기질을 인정해주고 장점을 끌어내주고 해줄 여력이 없는것 같았다. 시간 돈 체력 등.. 그래서 원을 바꿔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자영언니 조아라 등 다들 놀이학교를 추천해주어서 예전에 찾아본 곳에 전화를 했다. 자리가 없어 작년엔 상담도 못갔는데 올해는 자리가 있어 당장 보낼 수 있다고 해서 이튿날 상담 약속을 잡고 내원했다.

맘카페에서도 워낙 칭찬이 자자한 곳이라 기대하고 갔는데 정말 기대한만큼 좋았다. 매봉역 사거리 호리차우 있는 재능교육 빌딩 3층 전체를 이용하고 있었고.. 교실이 한 20개는 넘어보였다. 선생님도 원어민 한국인 할거 없이 한 10명은 본 것 같다. 원장샘이 나랑 둘이 원장실에서 상담을 하재서 애는 다른 샘이 놀이터처럼 꾸며진 중앙공간에서 봐주었다. 어제 그 비를 뚫고 갔다. 4시에 갔는데 나오니까 5시 50분... 프로그램 좋은건 너무나 당연하고.. 선생님이 짧은 시간이지만 나랑 규현이를 보고 피드백을 주는데 눈물이 날 뻔했다.

규현이랑 나를 정말 짧은 찰나에 보고 인사하고 원장실에 들어갔는데, 원장님이 "엄마가 리모콘인 애들이 있어요. 이거해달라 저거해달라. 엄마 머리 꼭대기에 앉은거죠." ... 내 얘기였다. 보통 적응 못한 애 라고 하면 발달이 늦어서거나 빨라서거나 인데 규현이는 빨라서여서 인걸로 보였다고 한다. 눈빛부터 엄청 또록또록한데 민첩하고 낯가림없고 바로 적응해서 놀고 엄마랑 떨어져있는다니까 받아들임. 그리고는 내가 많이 지쳐보인다고 했다. 무슨 무릎팍 도사 만난 줄 알았다... 여튼 왜 힘드냐고 물어서 미각 시각 청각 촉각 뭐 다 할거없이 예민한(?) 섬세한(?) 혹은 뛰어난(?) 예시들을 얘기했더니 IQ테스트 같은거 한번 받아보면 좋겠다는 식이었다. 영재 스멜이라나.. 물론 영업멘트일수도 있으나 나도 가끔 그렇게 생각될때가 있긴하다.

펜네도 보통 15분 삶는데 급해서 12분 한날 딱딱하다고 뱉고.. 한번 냉장고 넣었다 다시 데운건 흐물흐물하다고 뱉고.. 수박도 빨간 부분은 잘먹다 분홍부분 주면 뱉고.. 내가 씨 다 발라 주는데 어쩌다 흰씨 작은게 있었는데 그거까지 다 뱉는다. 소고기도.. 이마트나 도곡시장서 사면 다 안먹고.. 육일랑 한우 투뿔 살치살만 먹는데.. 한와담같은 한우 구이 전문점가면 잘먹는다..... 비싸고 맛있는거 알아채는 거는 진짜 킬러임... 여튼 이런 일화는 끝이없는데. 내가 이리뛰고 저리뛰면서 준비하고 미리 사놓고 떨어지면 채워놓고.. 그러다가도 현타오고. 아무거나 좀 쳐먹어 싶고. 왜 내가 이 비위를 다 맞춰서 사서 고생하나 싶은 때가 많다. 치즈피자도 딱 먹는집거만 먹고 돈까스도 마찬가지...

길을 지나가다가도 활엽수랑 침엽수가 있었는데 활엽수를 보고는 나무잎이 바람에 흔들거려요 하더니 침엽수를 보고는 저 나무는 바람에 안흔들거린다고 하는데 진짜 말이 빠른 편도 아니라서 말을 잘 못하던 시절인데 뭐랄까 말 자체보다도 말하는 내용이 뭔가 관찰력이 좋다고 해야하나. 그런거다. 예전에 남편 누나가 어렸을때  시계를 다 뜯어서 분해했대나 그랬다는데 규현이도 그런식으로 모든 장난감 다 분해 해체해보려고 하고.. 곤충 로봇 공룡 지진 화산 이런 주제로 된 책 하나 꽂히면 하루에도 백번 천번을 반복해서 보는데 취향도 엄청 확고하고 집중력도 뛰어나다. 그래서 과학관 가는거 제일 좋아함. 곤충책 사주면 곤충 종류별로 이름 다외우고 공룡 종류별로 이름 다외우고 등등..

말은 못하지만 어린이집이 지루하고 싫고 재미없고 답답했던것 같다. 맨날 그럼 어쩔건데! 내가 그 전 어린이집으로 다시가??? 이러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간 듯 ㅠㅠㅠㅠ 여튼 엘뽀레라고 새로운 어린이집 구경가자 했더니 또 그 이전 어린이집 같은덴줄 알았는지 지금 어린이집 좋아 그냥 다닐래 하더니.. 상담 끝나고 오는 차에서 내일부터 나 엘뽀레 올래. 한다.. ㅋㅋㅋㅋㅋㅋ 2시간동안 담임될 분 하고 손잡고 뛰놀고 쉬도하고. 다른 적응하러 온 친구랑 같이 장난감하고 미끄럼틀하고 땀이 흥건하게 뛰논 듯. 화장실에 변기가 로봇모양이더라? 하면서 막 웃으면서 말하고. 힘들었는지 무릎이 좀 아파.하면서 집에와서 앉아서 책보자고 하고.. 차에 타자마자 배고프니까 집에가서 고기랑 딸기우유 먹을까? 이러는데 진짜 너무 기뻐서 눈물 날 뻔... 집에와서도 기분이 너무 좋고 밥도 잘먹고 샤워도 양치도 잘하고 잠도 스르륵 기쁘게 일찍 들었다. 뭔가 싫던게 해결되니 짜증도 다같이 사라진 느낌?

원장샘이 말을 잘해요? 해서 팩트는 다 잘 말한다.근데 감정표현은 잘 못하는거 같다.해서 나와의 대화를 묻길래 예시를 말해줬더니.. 내가 말하는게 팩트만이라고 지적해주심. T 심은데 T 난다.. 샘이 내가 어떻게 말할지 예시를 알려주시는데 띵~하고 머리에서 종이 울리는거 같았다. 하원하고 데리고 오면 오늘 재밌었어? 뭐했어? 친구들 다 왔어? 좀 먹었어? 이런 거만 물어봤었는데.. 그러지 말고 내얘기부터 하라고 한다. 오늘 엄마는 규현이 보내고 수퍼가서 규현이 좋아하는 간식 많이 사놨어 그래서 규현이 빨리 보고싶었어~ 오늘 엄마는 일을 하러 갔었는데 00한 사람이랑 00을 했는데 기분이 좋았어~ 이런식으로.. 내가 너무 애한테 superficial하게 팩트만 얘기했던 것 같다. 나는 그런정보는 굳이 줄 필요 없다고 생각했고.. 그냥 내가 알아서 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한 듯...

그리고 내가 매사 좀 자신없어하는 태도가 있는데 남편도 듣다가 규현이 앞에서 더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원래보다 더 잘난척 하라거나 생색내라는건 아니구 그냥 있는 그대로 의 상황이나 위치 그런걸 그냥 다 알려주라고.. 엄마가 요리를 잘하지? 집에선 비싸고 좋은 재료로 맛있는거만 먹게 해주지만 밖에서는 그럴수 없을 때도 있는거야. 라든지. 원래 어린이집 싫었지? 엄마가 열심히 물어보고 찾아봐서 엘뽀레 갈 수 있게 됐어. 비싸긴 하지만 아빠가 규현이 즐겁게 다니는게 중요하니까 보내주기로 했어. 라든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엄마라는 걸 보여주라고 한다..

남편하고 밤에 얘기하는데 둘다 너무 답답하고 길이 안보이던게 뻥 뚤린 느낌이라며 신나서 서너시간을 수다를 떨었네. 아버님은 이북분이신데 피난오셔서 고아로 정말 무에서 유를 만드신 수학자 이시다. 엄청 똑똑하신 분.. 누나도 수학 엄청 잘했다고.. 초등학교때 학교를 안간다고 했었다는데 이유는 학교서 배우는게 다 너무 쉽고 재미없어서 ..ㅠㅠ 남편이랑 시어머니는 공부보다는 상황 파악, 판단능력, 감, 센스 이런게 좋고 까다롭고 예민하고 기준이 엄청 높다. 식당 옷 사람 뭐 모든게 다.... 여튼 나는 예민하지도 않고 성실하고 운이 좋았지만 아주 똑똑한 건 아니라서.. 시댁 식구들의 기준에 맨날 못미치는 (?) 애였는데.. 규현이가 임씨와 이씨의 dna 몰빵인 걸로 합의가 끝남. 여튼 나년아 고생이 많다.. 이제 그래도 객관적으로 규현이도 나에대해서도 알게된 것 같아서 한결 마음이 가볍고 기쁘다.. 이제 잘 적응하고 해피한 날들만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