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3주의 기록

니모는 신기하게 많이 컸다. 주수보다 한주 정도 더 크다고 한다. 과일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정밀초음파가 1시간 가량 소요된다고 해서 아니 뭘 한시간이나 하지 했는데, 같은 걸 한번은 간호사(?) 같은 분이 하고, 한번은 의사가 또 한다고 했다. 그래서 암튼 30분씩 2차례 해서 정말로 1시간 가량이 소요 되었다. 눈 코 입 척추 위 폐 손가락 발가락 뇌 등등을 확인 했다. 잘 자라고 있다니 다행이다. 그런데 몸무게는 아직 500그람 정도란다. 난 벌써 7키로 넘게 찐 것 같은데.. 양수랑 혈류양 뭐 등등이라고 한다. 심지어 출산 직후에는 일시적으로 부어서? 2키로 정도 살이 더 찐다고 한다. 충격! 아무튼 몸에 이렇게 큰 변화가 있다니 정말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니모에게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나에게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자궁 경부가 짧다는 것이었다. 당장 입원이나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현재 상황이 악화된다면 자궁경부무력증이 의심될 수 있다는 진단이었다. 그래서 당분간 많이 걷지말고, 오래 앉아 있지 말고, 최대한 안정을 취하면서 누워 있으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덕분에 모든 서울 일정과 운동을 취소하고 칩거하는 집순이의 삶이 시작되었다. 집에만 있으니까 뭘 더 많이 주워 먹는 것 같아 걱정되기도 하고.. 그나마도 별로 없었던 근육조차 전부 다 퇴화하는 느낌이라 딱히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별 수 없으니 누워만 있는다. 덕분에 넷플릭스로 밀린 드라마들도 많이 보고 있다. 더폴리티션(10화짜리) 한시즌 다 보고, 빨간머리앤 시즌 3 나온것도 다보고, 혜진언니가 강추한 동백꽃 필무렵(20화짜리)도 다봤다. 이제 또 뭐 보지.. 

 

동료 작가가 일전에 태교여행 갔다가 지카바이러스 걸려서 아기가 불치병에 걸려서 나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걱정되고 슬프면서도 또 불안감이 엄습한다. 임신한 상태의 몸은 단순히 나만의 몸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난 좀 무심하고 안전불감증이고 막 행동하는 습관이 있는데, 5월까지는 절대 그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혹시라도 그런 생각을 할까봐 걱정되어서인지 시어머니와 남편이 번갈아 가며 주의를 주고 전화를 한다. 그래서 집에 더더욱 딱 붙어 있는다. 세끼 챙겨먹고 잠 많이 잘 자고 좋은 생각하고 짧게 산책하고 음식물쓰레기와 분리수거 쓰레기를 버리고 간단하게 시장을 보러가는 정도의 삶. 이것도 뭐 나쁘진 않다. 내가 가만히 있으면 니모가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 같아서 신기하긴 하다. 밤에 잘려고 누웠을 때, 아침에 잠에서 깨서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특히 팡팡대며 움직인다. 지금 이렇게 블로그에 글쓴다고 앉아있을 때는 전혀 안 움직임. 내가 뭔갈 하면 니가 뭔가 불편해서 가만히 있는거니? 삐졌니?

 

아이가 있는 동료작가나 친구, 사촌이 갑자기 연락이 오기도 하고, 또 선물을 보내주기도 한다. 아무래도 같은 세계로의 진입을 축하해주는 그런걸까? 고종사촌 예진이도 갑자기 선물을 보냈길래 고맙다고, 난 너때 챙기지도 못했는데 미안하다 했더니 친척중에 자기말고는 내가 처음이라 마음이 많이 쓰인단다. 고통과 고난을 잘 알기 때문에 동병상련의 어떤 전우애같은 그런 것일까? 남편이랑 같이 보는 다운튼애비라는 드라마에서 셋째딸이 출산을 하다가 임신중독증으로 사망을 했다. 그걸 보더니 우울해졌다며 그 드라마 안본다는 남편. 임신과 출산은 정말로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일임에 분명하다. 그만큼 소중한 일이겠지.. 니모야 힘내보자 화이팅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