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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

ㅊㅈㅇ 2020. 1. 29. 14:33

짐을 줄이려고 이래저래 버리고 꺼내고 정리하고 하다보니까 나는 쓰지 않지만 누군가는 쓸 것 같은 물건들이 꽤 있어서 민지의 조언대로 당근마켓에서 중고거래를 시작했다. 내가 오래 가지고 있었던 물건이라도 나는 거의 안썼기 때문에 새 제품이나 다름없는 꽤 괜찮은 것들이 많이 나왔다.

 

처음에 거래할 때에는 같은 제품의 가격대를 검색도 제대로 안해보고 올려서 가격 파괴자;;;; 처럼 말도 안되는 가격에 몇개를 팔기도 했는데, 이제는 키워드로 검색도 해보고 매물 수도 파악해보고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어떤 제품은 마치 경매처럼 비딩하는 사람들이 계속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서 처음에 올렸던 것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구매자는 여성이었는데, 아무래도 낮시간에 직접 와서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여성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쓰지 않아도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이 된다는 점에서 꼭 돈을 버는 것이 아니더라도 쓰레기를 줄인다는 목적에서 엄청 뿌듯하다. 무료로 나눔을 하기도 하는데, 그럴때 나타나지 않는 나쁜 사람도 있지만, 성의의 표시로 과일이라 다른 물건을 가져다 주는 사람도 있었다.

 

당근마켓을 기반으로 하는 채팅창이 있어서 쉴새없이 알람이 울린다. 먼지가 좀 쌓여있는 제품이었는데 그냥 줬더니 컴플레인하는 메시지를 받아보기도 했고, 아이가 있어 픽업이 어려우니 혹시 가져다주면 배송비를 주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무료나눔하는 거 받아간다고 했다가 오는 김에 내가 내 놓은 다른 제품을 같이 구매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말 안해도 한번에 길을 잘 찾아서 아파트 로비 앞에 차를 대는 사람도 있는가하면, 지도 캡쳐까지 보내줘도 길을 못찾겠다며 20분을 늦더니 결국 나타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땀을 흘리며 얼굴이 빨개져서 뛰어오시는 아주머니도 계셨고, BMW를 타고 버터핑거 앞이라고 나오라고 전화하시는 분도 있었다. 

 

여튼 각기 다른 상황, 나이, 지역에 속한 사람들을 거래를 목적으로 잠깐씩 만나는 데에도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사람일까? 공손하고 예의있게 말하려고 노력하기는 하는데.. 암튼 이런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고물품 거래 앱이라니 개발자 정말 너무 훌륭하다! 

 

아파트 로비에 경비원이 있는데, 그 사람이 보기에 나는 얼마나 웃길까. 몇시간 마다 한번씩 내려 와서는 모르는 여자들과 돈과 물건을 주고 받는 알 수 없는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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