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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육아

식습관 전쟁

ㅊㅈㅇ 2023. 7. 17. 18:09

원을 옮겼는데도 밥 거부는 여전해서 이건 이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마음 단단히 먹고 고치기로 결심. 굶겨도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진작부터 알고는 있었는데 머리로는 알면서 몸이 안움직인지.. 벌써 근 1년이 다되간다. 예전 사진들 뒤져보니 두돌 즈음에 한달 정도 오래 아프면서 먹는대로 아무거나 다 주는 생활이 시작된것 같다.. 그러고 10월에 가족들 다 코로나.. 11월에 아빠수술.. 3-4-5월 원 옮기면서 규현이가 계~~속 아프고. 나도 아르코일이랑 강의랑 다시 시작되면서 5-6월 정신 없었고.. 그러다 이제 정신차리니 7월 17일이네... 
 
하원샘한테도 이야기하니 규현이가 먹는거에서 모든 활동에 영향이 간다고. 먹을 수 있는 것도 정해놓고 많이 배고픈데 굶다가 말로 표현안하고 과격해지거나 하는게 있다고. 36갤 지나고 자기생각이 뚜렷해지면서 똑똑한 규현이가 엄마를 쥐락펴락 하고있다. 총명한 아이인데, 식습관 때문에 생기는 과격함이나 예의없는 행동이 인성발달에 영향이 갈 수 있으니, 규현이를 사랑하는 만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식습관을 고치도록 해보자 라고 말씀을 주셨다. 구구절절 맞말이라 반박불가.. 
 
남편에게도 이야기하다보니.. 나도 우울증인것 같아서 정신과 진료 예약했다. 일단 밥에 반찬 매끼 요리하려니 나부터 죽겠고 ㅠㅠ 작년가을부터 쭉 화이팅이 없고 해볼 의지도 없고 도망가고 싶고 하기싫고.. 그랬는데.. 이젠 방학이라 시간도 있고 원도 바꾸고 큰 돈도 쓰는 만큼 진짜 고쳐야한다는 생각이든다. 원장샘이 믿음직해서 또 더 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고. 애는 말을 안듣고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열심히 해도 아무 효과가 없는 것같고, 먹고 싶은 것도 없고,  과다수면인데도 피곤하고, 체중증가가 있었는데도 뺄 의지는 전혀 안생기고. 내가 유일하게 하는건 친한 친구들과 단체카톡방에서 수다.. 규현이 사진찍고 인스타올리기.. 수퍼가서 규현이가 좋아하는 것들 사다 놓기.. 정도.  내가 힘들다고 도와달라해도 남편은 일찍 못오고 못도와주고 주말에도 나혼자 봐야하고 다 놓고 도망가고싶은데 그럴순 없어서 꾸역꾸역은 하는데 답은 안보이고. 그냥 아무생각없이 혼자 있고 싶고.. 남편은 내가 힘들다 말하면 우리정도면 대한민국 상위 5프로? 안에는 들텐데 감사할줄 모른다. 니가 편하게만 살아서 열심히 하는 인생을 안살아봐서 모른다.. 이러고 자빠졌고. 여튼 남편과 다 이야기해서 정신과 진료도 잡고 자기가 몰라줘서 미안하다고 사과도 받았다. 
 
아라도 일 잘하는 사람들은 내말이 안통하고 논리가 안되고 내가 노력하고 헌신하는 만큼 결과가 안나오는 일을 고통스러워 하는데 그게 육아라고 하면서 공감해줬다. 1-3세에 최고조니까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데 당연한거라고 해줬다. 매사 진지하고 몰입하고 일처럼 하고 차라리 내가 힘들고 말지 하면서 버티고.. 그래도 이제 나도 변하지만 또 규현이도 크면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양쪽 다 성장하면서 나아질거라고 걱정말라고 했다. 
 
day1
엘뽀레 첫날. 아무것도 안먹고 ㅠ 김에 밥싸준것도 안먹구, 수박 주신것도 안먹었다고 하여 1시에 데려왔다. 복도에만 있었다고 한다. ㅠ 자유롭게 탐색하도록 기다려야 한다고 원장샘이 자연스러운거라고는 했음.. 저녁에는 애호박, 양파, 파프리카, 당근 볶기 놀이를 하고 맛만 조금씩 보고는 미니돈까스를 많이 먹었다.
 
day2
토요일에는 광화문 엄마네 갔다와서 소고기구이에 수박 먹었고..  4시쯤 집에왔는데 과자랑 사탕이랑 주스만 달래서 안줬더니.. 끝끝내 굶고 공복으로 울다 잠들었다. 그래서인지 새벽에 두세번이나 깨고 기침을 하며 일어나는데 배가 아프다고 했다 ㅠㅠ 공복에 위산 과다 이런거인지.. 여튼 그래도 어쩔수없다하고 물만 먹임.
 
day3
일요일에는 펜네에 김자반을 먹고, 식빵에 잼을 먹고, 식빵 더 산대서 파리크라상가서 사왔다. 점심엔 감자튀김에 케찹, 딸기우유, 사과 반개를 먹었다. 저녁엔 돈까스를 나가서 사먹고 오고, 식빵에 잼을 또먹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줬다. 집에 나랑 둘이 있는 시간이 많으니 책을 엄청 많이 읽었다. 공룡 로봇 지진 화산 이런 주제로 무한반복. 
 
day4 
월요일. 아침에 볶음밥을 같이 만들었는데 안먹는대서.. 공복으로 등원. 엘뽀레에서 나도 30분 같이 있다가.. 나왔는데 급 쳐져서 누워만 있다고 ㅠㅠ 그러더니 막대사탕 하나 주셔서 먹었는지 다시 기분좋아졌다고. 반 여자친구 두명이 나와서 같이 손잡고 뛰놀고.. 그러다 점심시간엔 김자반만 엄청 퍼먹었다고 한다. 집에 와서는  또 식빵에 잼해서 두조각 멸치볶음이랑 먹었다. 3시쯤 또 배고프대서 김자반에 밥 비벼서 조금 먹고, 펜네에 김자반 또 먹고. 5시쯤에는 딸기우유랑 소고기 좀 먹다가 딸기요플레까지 먹었다.  그래도 오늘은 교실에도 들어가고 담임샘과 손도잡고, 여자친구 두명 하진이 민서랑 같이 뛰어놀고 다른친구들 먹는데 기다려주기도 했다고 한다. 
 
주스 과자 사탕 과일 은 다 안주고 식탁에 앉아 스스로 먹기는 일단 성공! 
차차 정해진 시간에만 먹도록 그 중간 시간에는 기다리는 연습을 해야겠지.
그리고.. 대체식은 조금씩 줄여나가면서 밥을 한숟가락이라도 꼭 매끼 먹도록 연습. 

개판으로 먹은지가 오래돼서 당장은 어렵겠지만 차근차근 하나씩 고쳐나가야지..
난 오늘 하이라이스도 만들구 멸치볶음, 잡채, 우엉볶음도 사오고.. 덕분에 나도 밥에 반찬으로 식사도 잘 챙겨먹었다. 나도 건강해지고, 규현이도 건강해지고, 식습관도 잡고, 배고프면 내가 스스로 먹는다는 명제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힘내서 꾸준히 잘 해서 고쳐봐야지.. 
 
먹는것 , 먹었던 것, 예전에 먹었던 것, 안먹는것 표로 그려서 벽에 붙였는데 규현이가 보면서 이게 뭐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이거 달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그러고 있다.


정락이랑 얘기한 내용들
-밥 안먹으면 딸기우유나 주스는 안준다.
-태블릿이나 티비는 보면서 절대 먹지 않는다. 맛을 온전히 느끼고 스스로 먹도록 한다.
-내가 널 위해 만들었는데 너가 안먹으면 내 시간을 뺏는것. 모두의 시간은 소중하기 때문에 난 널 위해 또 밥을 차리진 않는다.
- 너가 안먹어도 다른 사람이 다먹을때까지는 기다린다.
-차려놓은 것은 한입은 꼭 먹어본다.
- 안먹어도 일찍 데리러 가지 않는다. 간식 싸보내지 않는다. 밥 안먹고와도 간식 안준다.
-용쓰며 난리칠땐 근육통이 와도 꽉 붙잡고 제지한다.
-식단을 미리 정해놓고 함께 요리한다.
-00은 지금 집에 없어 대신 xx를 같이 먹어볼까?
-뱉으면 절대 다른거 주지 않음
- 해주세요 라고 요구하기 전에는 절대 들어주지 않는다.
-떨어뜨리거나 어지른건 스스로 정리하도록 기다린다
-울고 떼쓰며 말하면 30분이고 한시간이고 말 안들어주고 기다린다
-잘 먹을때까지 식사 중간 간식은 없다
-안먹던 신메뉴 시도시 폭풍 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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