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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본문
아빠는 다시 재발했다고 하고, 엄마는 다시 비상+걱정+초조 모드에 돌입했다. 한달전에 MRi에서 이상 없다고 스테로이드까지 다 중단하고 많이 나아졌나보다 안심하고 있었는데, 편마비와 두통으로 갑자기 쓰러질뻔 해서 급히 예약을 잡아 병원에 갔다고 한다. 전공의 사태로 인력도 모자라고 예약잡기도 힘든데, 여튼 엄청난 운과 배려로 빠르게 취소난 자리에 MRI를 하고 그다음날 진료도 봤다고. 다시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은 것 같다고 하여, 다른 종류의 비보험 약물 치료를 시작한 것 같다.
나는 그간 항문소양증으로 고생하다, 동네 병원에서 잘못 치료를 받고 아무런 차도가 없었고, 결국 큰 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봤다. 약과 연고 처방을 피부과에서 받고 바로 나아져서 ..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또 로컬에서는 오진이 많이 있을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절감했다. 남편이 작년에 내 의지로 그냥 중단했던 정신과 진료도 다시 봤으면 한다고 해서 남편 친구 병원에 예약을 해서 진료를 보았다. 상담치료가 크게 효과가 없었고, 비용이 매우 컸던 것도 부담이었던 터라 약물 치료 가능성을 보려고 간 것이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까 새로운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ADHD 같다고 말해서 검사를 했고, 검사 결과 스펙트럼/경계에 있다고 할 수 있을거라고 말했다. ADHD로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사실 지금까지 살면서 아주 튀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던 터라 사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새로운 것 Challenging한 것을 좋아하고, 남들 안해본 것을 하고싶고, 새로운 곳에 여행가고, 새 사람 만나고, 지겨운 것 못참고 싫은것 하기 싫고, 성취욕 높고 그런 부분. 또 갈등상황을 오래 유지하는 것을 못참고 내가 빨리 나서서 해결해버리는 것. (직장 내에서 업무 분배나 그럴 때에도 내 일을 덜기 위해 갈등을 견디는것이 아니라 내가 그냥 일을 더 하든 밤을 새든 하는 걸로 하고 갈등상황을 빨리 종료하는 것을 선호하는 부분. 아이의 훈육에 있어서도 아이의 저항이 있을때 묵묵히 기다려서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줘버리고 그 상황을 종료해버리고 싶은 것) 그러다보니까 반복적이고 지루한 육아가 ADHD 한테는 기질적으로 맞지 않을 것이고, 인생에 낙이 없고 그럴 거라고 했다. 주의력 결핍 까지는 아니어도 충동 성향은 있을 수 있고, 지금 양가 부모님 편찮으시고, 남편은 바쁘고, 시터는 쓰기 어려운 - 편식으로 관리가 힘든, 이런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 나에게 큰 우울감을 줄 수 있고, 다 때려치우고 이 상황을 회피하고 싶고, 결혼 괜히 했다 애 괜히 낳았다 이런 생각을 들게 할 거라고 했다. 남이 알아서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처리해줬으면 좋겠고 못하겠고 죽겠고. 그러다보니 내 모습은 마치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 같고 전혀 기운이 없고, 에너지 레벨도 낮고 우울감이 짙게 보인다고 했다.
다행히 메디키넷 리타드 캡슐이라는 약을 먹으면 싫은 것을 해도 덜 우울하고, 좋은 것을 못 해도 덜 불행하다고 한다. 비교적 부작용도 적다고 (불면, 식욕 감퇴, 우울, 손떨림). 다른 사람 말을 잘 안듣고 기억력이 안좋고, 성격이 급하고 그런 부분도 다 연결되는 거라고 한다. 애가 크면서 손이 덜 가고 하면 차차 나아질 텐데, 앞으로 3-4년은 더 그럴테니까, 그때까지 매일을 괴롭게 보내지 말고 약 먹으면서 덜 괴롭게 살라고 한다. 이혼을 할 것도 아니고, 시터한테 맡기고 그냥 나갈버릴 것도 아니고 나 아니면 할 사람이 없는 것은 사실이니.. 그리고 나도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나의 아빠도 사실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ADHD는 유전이라고 하고. 아빠도 능력도 좋았고, 직장에서도 인정받고, 사회생활도 잘 했는데.. 아빠랑 내가 참 비슷한 부분이 많이 있다. 여튼 알게 되었으니 약 먹고 신경쓰면서 살아야지.. 남은 평생.. 하나 꽂히는 것 있으면 못 멈추고 계속 하고, 지루한 것 못 참고.. 비판을 잘 못 받아들이고.. 독선적이고.
여튼 1주일동안 약 먹으면서 싫은 소리도 좀 해보고, 남편한테도 또 규현 한테도.. 이제 엄마가 힘들어서 00은 못해줘. 규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스스로 해서 엄마를 안힘들게 도와줄수 있어? 하니까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엄마는 건강한 밥을 차려야 하는게 엄마 일이어서 지금은 못놀아주니까 규현이 혼자 놀면서 기다려줘 하니까 알겠다고 한다. 남편한테도 차례상 차리고 치우느라 밥하고 설거지하고 규현이 먹는거 식습관 지도 씨름하고 겨우 앉았는데, 규현이 빨리 목욕시키라고 나한테 그래서.. 너무 힘들어서 오늘 목욕 못시킨다고 그냥 재우자고 했더니 그럼 남편이 본인이 목욕시키겠대서 정말 처음으로 규현이 목욕을 남편이 시켰다. 집에서 남편은 거의 폰게임하고 티비보고 누워있고.. 내가 집안일+애보는거를 그냥 다 해왔다. 일이 바쁘니까 몸이 아프니까 등등의 이유로 그냥 참고 했는데. 나도 의식적으로 나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할 말을 조금씩 더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했더니 확실히 편하더라. 규현이한테도 남편한테도 할말을 참 못하고 그냥 내가 다 하면되지 뭐 하면서 참고 살은게 더 문제를 악화시킨 것 같은. 말을 해도 뭐 바뀌는게 없으니 어느새부터는 말 하는 것조차 포기한 것 같다.
축구에 갔는데, 앞에 30분 정도 준비운동하고 지겨운 그냥 트레이닝? 할 때는 몸을 배배꼬고 난리를 치는데, 막상 마지막 15분 정도 자유 축구 경기를 시키면 규현이가 거의 7골 이상 넣으면서 규현이 팀이 승리를 했다. 좀 쉽고 시시한거를 하면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좀 챌린징하고 본인이 생각할 때 재밌는거에는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는 모습.. 전광석화처럼 달려가서 골을 넣는데, 승부욕도 있고 운동신경도 좋아 보였다. 집에 방문 수업와도 계속 엄마 찾고 앉아있지 않고, 선생님이 1을 설명하는데 자꾸 2, 3, 4, 5 뭐냐고 물어보고.. 그런걸 보니까 그냥 좀 더 있다가 하자 해서 신청 안하고 말았는데..
여튼 남의 말을 잘 못/안듣고, 고집이 세고, 좋은 걸 미친듯이 추구하고, 기억력이 좋지 않고, 쉬운건 재미없고 흥미로운 것만 꽂히고, 비판에 취약하고.. 그런 부분들의 특징이 있는 것 같다. ADHD 흔히 생각하면 나오는 그런 부분의 특성은 아닌 것 같고 여튼 스펙트럼이니까.. 사람은 다 어느정도 그럴수 있을 것 같고 인간 본성의 특징일수도 있고.. 이게 진짜 병의 영역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정신과 질환은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약 안먹고 진단 안받고도 잘 사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인구 중에 10-20퍼센트 정도 발병하고 선척적인 거라고 한다. 능력이 뛰어나면 남들보다 더 노력하면서 살면 크게 눈에 안띄고 문제 없었을 거라고. 하고싶은 대로 하면서 살면 문제 없고 오히려 더 뛰어난 성과를 보일 수 있는데, 싫은 상황 견디면서 살아야되는 상태라서 더 눈에 띄게 된 거라고. 외국처럼 그냥 뛰어놀고 있는 모습 그대로 애들 받아들이고 각자 특성대로 키우고 그러면상관이 없는데, 한국은 워낙 좁고 교육열도 높고 그래서.. 우리나라 교육체계에 잘 적응하면서 사회화 되며 살려면 약 먹는것이 편할 것이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
발이나 손 뽀시락 거리고 손톱이나 머리만지고 이런 행동도 일종이라고 하고...
민지가 나 대학생때부터 보면서 여러차례 놀린 일화들이 있는데 그게 다 사실 저런 특성하고 맞물리는 것 같다. 한번 말한거 기억 못하고,, 동아리에서 만났는데 맨날 자기소개하고,, 불러도 잘 못듣고. 동양미술의이해 암기과목 시험인데 아침에 정말 하나도 제대로 못외워서 점수 엄청 낮게 나오고.. (서양이나 현대는 좋아해서 잘외우고 했는데, 동양은 싫어해서 정말 하나도 안외워졌었다) 남들보다 싫은 걸 할 때 노력이 더 든다고 하고, 다른 잘하는 걸로 얼추 버티면서 살아온 것 같다. 남들은 편하게 하는 걸 ADHD는 더 노오오오력을 하면서 해야되서 힘이 든다고. 부모도 힘들고 애도 힘들고.. 사실 기준이 참 모호한 것 같은데 모르겠다.
나는 내가 기억력이 좋지 않은 걸 아니까 집착적으로 기록을 했던 것도 있다. 고집이 센것도 있고, 전환도 잘 안되고, 남의 말이 리터럴리 잘 안들린다고 한다. 드라마나 영화도 사실 나는 스포일러 상관없으니, 전체 캐릭터 소개나 전체 줄거리 플로우 이런걸 알고 보는게 좋은데, 어느 순간 누가 뭐였는지 그런걸 잘 놓치게 되기도 하고, 기억이 안나기도 하고.. 근데 그것도 특징이라고 하네..
엄청 계획적인 편이고 그럭저럭 문제없이 사회생활하면서 잘 지냈어서 생각도 못해봤는데.. 여튼 나를 더 잘 알게되는 것이 육아 인것 같기도 하고. 예측 불허하고 참.. 어렵네.
여튼 규현이도 닮았다면 비슷한 맥락에서 일상적인 우선순위 확립 잘 안되고, 좀 산만하고, 새로운 자극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고.. 지겨운거 못 참고.. 좋은 것만 하고 싶고.. 싫은 것 하기 싫고.. 여튼 엄청 비협조적으로 나올 거라서 부모가 엄청나게 힘들거라고 하는데. 아주 심한정도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쨋든 검사는 받기로 했고 필요하다면 약도 먹게 될 것 같다. 나도 약 먹고 힘내고, 규현이도 약먹고 좀 편해지면 육아도 훨씬 수월해지고 인생도 덜 우울해지지 않을까 기대를 해봄.. 뇌에서 뭐 전달해서 받아드리고 처리하는 데 문제가 있는 거라고 하니까. 약 먹어서 그런부분에 힘을 덜 쏟게 되면, 학업이나 일반 생활이나 자조의 측면에서도 눈에 띄에 성과를 보이고 나아질 것이라고 한다. 규현이도 기본적인 능력은 참 뛰어난 것 같은데, 뭔가가 협조가 안되고 다루는 게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계속해서 느꼈어서.. 여튼 빨리 개입해서 고칠수 있는 부분 고치고.. 그렇게 살아야지.
규현이 먹는 것 때문에 시작되서 이런저런 일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네.. 그러다 나 우울증, 그러나 나 ADHD까지 참.. 험난한 여정이다. 알고싶지 않지만 그래도 직면해야 하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기를 바래본다. 인생 참 쉽지 않구만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