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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육아

38주 5일의 기록 + 제왕절개 후기

ㅊㅈㅇ 2020. 5. 6. 10:50

5월 3일 일요일 3시. 

분당차병원에 입원 수속을 밟았다. 캐리어 두개에 짐을 꽉꽉 채워 싸들고 들어왔다. 한번 들어오면 다시 나갈수 없다하니 어쩔 수 없었다. 이놈의 코로나.. 마지막으로 천향가서 차돌짬뽕에 고추잡채밥 만찬을 먹었다. 날씨는 급격하게 좋아져서 거의 여름 같은 느낌이 나기 시작했고, 세상은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산타페에 카시트를 장착하고 달려서 야탑으로 왔다. 좋은 자리에 주차를 하고 올라와서 수속을 밟았다. 주차는 입실과 퇴실날에만 무료이고, 나머지날에는 하루 2만원씩이라고 한다. 입원환자가 모두 장기주차를 하면 외래환자가 자리가 없을거라 그런것 같다. 누가 우릴 데려다주고 데리러올 수있는 상황도 아니라서 그냥 주차비를 내기로 했다. 오빠가 쭉 같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특실로 예약을 했고 방은 꽤 넓직하고 좋았다. 금식은 밤 12시부터만 하면 된다고 했고, 주는 저녁도 먹었다. 간단히 제모를 하고 수술 동의서, 마취 동의서 등 무시무시한 얘기를 듣고 오케이 해야하는 각종 동의서들에 서명을 했다.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것이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미리 받아놔야 하는 각서같은 거였다. 

 

5월 4일 월요일 5시.

기상. 떨리긴 했지만 뭐 잘 해주시려니 믿는 마음이 있었다. 침대에 올라타고 지하 1층 수술방으로 향했다. 오전 7시반경에 도착해서 또 각종 설명을 듣고 8시쯤 수술방에 들어갔다. 수술방은 매우 추웠고, 밝았고, 사람이 많았다. 간호사 4명 마취과 의사 2, 산부인과 2명 이정도였나. 차가운 알콜솜으로 몸을 닦아서 더더더 추워졌다. 나는 병원복을 벗고 새우자세를 하고 웅크렸다. 척추에 하반신 마취를 진행한다고 했고, 점차 느낌이 없어졌다. 발가락에 응급 상황을 대비하는 수혈용 굵은 바늘을 넣는다고 했고, 소변줄을 꽂는다는 말이 들렸다. 전신 마취를 하는 줄 알았는데 하반신 만취만 하고 진행하는 것 같았다. 급 두려움이 엄습.... 곧 나의 담당의사인 안은희 샘이 오셨고 안아프고 금방 끝난다는 말만 하시고 시작했다. 배를 자르는 것 같았고 뭔가 흔들흔들하면서 배를 강력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근데 나는 너무 아팠다... 힘을 빼야 근육이 긴장이 풀려 아기를 꺼낼 수 있다고 했는데 긴장이 안풀렸다... 결국 그냥은 안되겠다고 하시면서 프로포폴을 이용해 나를 재워주셨다. 그리고 8:18 니모가 세상에 나왔다고 했다. 잠결에 아기를 보여주셨다는 데 잘 기억은 안났다. 일어나보니 회복실이었다. 너무너무 추워서 오들오들떨었다. 오빠는 8:45 쯤 아기를 만났다고 했다. 간호사가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니모는 3.5kg 이었고 숨도 잘쉰다고 했다. 역아에, 양수량 부족, 탯줄 3바퀴 감고 있고... 거기다 태변까지 양수에 많았다고 했다. 그걸 좀 삼킨것 같았다. 처음엔 괜찮다고 했는데, 좀 이따 연락이 와서는 신생아집중치료실로 옮긴다고 했다. 

 

나는 10시반쯤이었나 입원실로 다시 올라왔다. 비몽사몽..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배에 올리고 누워 있었다. 따뜻한 바람을 넣고 담욜 덮어서인지 추위는 많이 가셨다. 아기가 태변을 먹고 뭔가 안좋아졌다는 말을 들으니 억장이 무너졌다. 내가 하반신마취를 하는 바람에 긴장해서 힘을 줘서 아기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응가를 한건가 자책도 되고 그 쪼매난게 주사맞고 온갖 검사를 당할 생각을 하니 계속해서 눈물이 났다. 근데 오빠가 내 탓인거 하나도 없고, 아기는 강하니까 잘 버틸거고,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잘 봐주실거라고 해서 또 더 눈물이 났다. 갬동.. 여튼 내가 너무 울고 있으니까 수간호사가 와서 달래줬다. 자기 아들도  nicu 들어갔었지만 지금 서울대갔다고 잘큰다고 걱정말랬다. 그때 아빠가 보내준 과일바구니들 세상자가 와서 신생아집중치료실이랑 산모병동 간호사실이랑 등등에 나눠주고 인사를 했다. 안은희샘은 5.4 징검다리 휴일이라 휴가썼대서 수술만 하고 바로 집에가신줄 알았는데, 늦은 오후에 입원실에 들러주셨다. 마취가 잘 됐을텐데 사람마다 체감이 다 다를수있고, 또 심리적으로 두려움을 많이 느끼면 그럴수있다고.. 요즘은 좀만 이상한점이 보여도 다 nicu 간다고 가는거 자체로 크게 걱정할거 없다고 의사샘한테 말을 들으니까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러고 나니 내몸이 아픈게 확 느껴짐... 아프다.. 배아프다 배를 칼로 갈랐지..ㅎ ㅏ페인버스터도 달고 뭐 암튼 할수 있는건 다 한건데도 아팠다. 그래도 이틀 지남 괜찮다니까 참아봐야지 하고 잤다. 수술 당일은 물 말곤 암것도 먹을수 없었다. 그래두 포도당 수액 때문인지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 

 

5월 5일 화요일.

비교적 회복도 잘됐고, 소변줄도 빼고, 화장실도 스스로 가기 시작했다. 몸을 일으키는 게 힘들긴 했지만 오빠 부축 받으면서 그럭저럭 잘할 수 있었다. 죽도 먹기 시작했고, 삼시세끼 미역국 라이프가 시작됐다. 방 안에서만 살살 걷기 시작했고 할만 했다. 오로가 생각보다 안나오네 이러면서 산모패드 대신 오버나이트를 했는데 그거슨 나의 큰 착각이었다. 움직이기 시작하니 자궁 수축이 덜되서 인지 뭔지 암튼 엄청난 양의 오로가 우르르쏟아져내렸다. 방바닥이고 옷이고 팬티고 아주 흥건했다. 너무나도 뜨거운 피가 멈추지 않고 흘러서 난 뭔가 큰 문제가 생긴건 아닐지 걱정이 됐고, 간호사, 간호조무사, 산부인과 레지던트 등등까지 모두 와서 빠르게 처리를 해주었다. 안에도 들여다보고 상처부위도 눌러보고 다 했는데 괜찮다고 했다. 오로라고. 회복빠르다며 신나있다가 급 둘다 굳어서 누워만 있었다. 쫄보들... 

 

5월 6일 수요일.

니모는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잘먹고 있다고 했다. 3520g 최정윤 산모님 아기는 20ml씩 수유중이라고 했다. 스스로 잘 먹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신호인 것 같았다. 사진으로만 보니까 더 애틋하고 궁금하고 미안하고 그런데.. 이제 앞으로 지겹도록 볼거니까. 지금은 내 몸 잘 회복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신생아집중치료실에 좀 더 있어야 할수도 있어서 에르메스 조리원 가기전에 1주일 분당차 조리원에 있게 됐다. 오빠가 가서 급 계약을 해버리고 옴. 다행히 특실로 자리가 있어서 했단다. 또 특실이네.. 돈 엄청 들겠지만 뭐 그래도 나랑 아기를 위해서 최선의 결정일거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할 수 있는 형편이라 감사하고 다행이다. 엄마랑 어머님이랑 전화와서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얘기 들었다. 엄마되는 게 참 쉽지가 않다. 아직 시작도 안한거겠지만.. 

 

어머님이 니모 이름을 받아다주셨다. 내가 지은 후보들이 탈락되어서 규현이가 되었다. 임 규 현. 별규 자에 밝을 현 이라고 한다. 한자 뜻이 이쁘다. 규 자는 규장각할 때 그 규자라고. 

 

5월 7일 목요일. 

모유수유 시도를 시작하라고 하셔서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가서 직수를 시도했으나 실패. 울혈이 있다고 뭉쳤다고 해서 남편이랑 가슴마사지를 작렬했다. 유투브 보고 하고, 뜨거운 수건 올려놓고, 등등.. 조금씩 나아져서 유축기를 사용해서 초유를 모으기 시작했다. 모유저장팩에 넣고 얼려서 갖다주면 되는 그런식. 3시간마다 한번씩 하라는데 밤새는 못하고 그냥 깨지는 때에만 해서 모아서 전달했다. 내일이면 일단 퇴원하고 분당차 조리원으로 간다. 규현이도 하루정도만 더 있으면 퇴원할 수 있다고 함. 

 

직접 보니 아기는 정말정말 작았고, 귀여웠다. 근데 사진으로는 도저히 닮기지 않는 매력? 그간 본 사진들과는 전혀 다른 아기였다. 사진으로만 아기를 보고는 엄마도 나 안닮았대고, 어머님도 오빠 안닮았다고 했댄다. 어쨋든 너무 귀엽다. 근데 사진은 뭐 느낌 전달이 잘안되니까.. 암튼 곧 만나자 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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