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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육아

규현이

ㅊㅈㅇ 2020. 5. 15. 15:40

조리원을 옮겨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첫 1주동안은 내 몸도 회복하고, 상처 부위도 계속 아프고 그래서 규현이랑 되도록 떨어져 지냈다. 이번에는 몸도 좀 괜찮고 (이제 누웠다 일어날때도 배가 덜 땡기고, 웃어도 좀 따가운 정도지 막 쓰라리진 않다.) 산부인과 진료를 봤는데, 테이프 붙여놨던 것들도 다 뜯고 의사 선생님이 상처 부위도 눌러보고 그랬다. 엄청 아픈 기분이었는데, 샘이 괜찮다고 하니 급 아무렇지도 않네. 자궁도 좋은 속도로 축소하고 있다고 하고, 오로도 꽤 많이 빠져나온 편이라고 했다. 그치만 완전히 회복되려면 3달 걸린다고 했다.

 

지난번 조리원에서 1주일간 그래도 나름 수유 자세도 배웠고, 규현이 만지는 것도 좀 편안해졌다. 그래서 여기 와서는 낮에는 되도록 직수를 계속 하려고 하고 있다. 자주 물려야 빠는 힘도 기르구 유두에도 익숙해지고 한대서.. 낮에 그래서 같이 노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고 있다. 일단 잠에서 깨면 콜을 받아서 수유 준비를 한다. 오자마자 15분쯤 먹이고 좀 쉬었다가 트름하고, 또 15분쯤 먹이고 나면 본격적으로 논다. 원래는 안고 앉아 있거나 일어나서 걸어다니거나 그랬는데 오른쪽 손목이 급격하게 너무 아파지면서 좀 자제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속싸개 풀고 침대 위에 둘이 누워서 마주보고 있는데, 그럼 규현이는 팔다리를 엄청나게 버둥거리며 운동을 한다. 헥헥 거릴 정도로 활동을 함.

 

멜론 플레이어 다운받아서 지브리 스튜디오 ost 무한 반복으로 틀어놓고.. 애가 못알아들어도 그냥 말을 많이 하래서 온갖 헛소리를 혼자 다하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일기쓰는 모드가 되서 자기 고백을 하다가 오늘은 갑자기 감정이 너무 북받쳐서 눈물을 한 바가지 쏟았다. 지난 긴 난임 기간이 생각도 나고.. 도태 되어야 할 정자와 난자인가 자괴감 들었었고... 아기 얘기만 하던 친구들 손절하고.. 난 원래 아기도 안 좋아했어서 과연 이쁠까? 난 좋은 엄마가 될까? 그런 의심도 많이 들고 그랬는데, 규현이가 반짝반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데 그게 너무 이뻐서 눈물이 줄줄났다. 아마 지브리 스튜디오 ost 때문이었겠지만.. 지금까지 35년동안은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만 같았는데, 이제는 규현이 중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온 우주의 주인공은 바로 너야.. 

 

기저귀 발진이 좀 있대서, 응가한거 씻기고 연고를 바르고 벗은 채로 말리고 놀았다. 허공에 다리를 열심히 구르는데 그게 마치 자전거를 타는 것 같았다. 어디가? 나도 같이 가자~~ 이렇게 눈물이 나는 것도 산후우울증인가 -_- 우울하거나 그런건 아닌데.. 밥도 맛있고.. 밤엔 유축 3시간마다 하긴 하지만 잠도 잘 자고 있는 편이고.. 여러 사람들이 카톡으로 연락도 많이 오고 인스타 디엠도 보내주고 그래서 우울할 새 없이 재밌게 보내고 있는데.. 오늘은 밥먹으면서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봤음. 

 

엊그제는 제대도 탈락? 해서 배꼽에 달려있던 탯줄도 없어졌다. 그거 있을 땐 왠지아플까봐 꽉 안지도 못했는데. 소독을 잘해주셨는지 오늘보니 거의 딱지도 많이 없고 깨끗한 편이었다. 조금씩 조금씩 더 독립된 인간이 되고 있구나.. 앞으로 잘해보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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