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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육아

이모님

ㅊㅈㅇ 2020. 11. 24. 03:55

이모님이 계단에서 구르셨다고 하여 기브스를 하셨단다. 그래서 갑자기 못 오시게 되었다. 50일즈음부터 200일까지 와주셨으니 근 5달은 함께 한 거 같다. 누워있을 때부터 붙잡고 걸을 때까지이니.. 짧지만 꽤 중요한 순간들을 같이 한 것 같다. 업체통해 처음 알게 되어 개인적으로 연장해서 이사온 집에까지 같이 계셔 주셨다.

 

58년생이니 울 엄마보다도 나이가 많으시다. 키도 자그마하시고.. 허리도 약간 굽은. 근데 일을 진짜 잘하셨다. 무엇보다 무슨 얘기를 해도 엄청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셔서 말동무 하기도 좋았다. 딸이 내 또래이고 손녀딸이 2살이라고 했었다. 나는 사실 내가 하고픈 말만 주로 해서 뭐 물어보진 않았는데.. 항상 잘 들어주셨다. 대화 케미가 잘 맞았던거 같다. 의료파업에 문재앙 욕도 같이하고.. 목소리가 다정하고 표정이 항상 밝은 분이었고 크리스쳔 이라고 했다. 나의 장점들을 항상 칭찬해주었고 나를 최가이버라고 불렀다. 집안일들을 다 혼자 알아서 해결해서? 남편분께선 집밥을 좋아하셔서 매일 아침 김밥을 싸시고, 인터넷뱅킹도 안하고 항상 직접 은행에 가셔야해서 몇번 은행에 다녀오시기도 했었다. 조금이라도 늦을 때에는 항상 문자가 왔고 규현이가 낮잠을 오래 자서 목욕을 못시켰을땐 6시가 지나도 깰때까지 기다려주시기도 했다.

묻지 않는 말을 길게 하시지는 않지만 적당히 자신의 개인사나 가치관 이야기도 하시는 분이라 더 가깝게 느꼈던 것 같다. 자기 얘긴 하나도 안하는 의뭉스런 사람이 아니었다. 진솔하게 자기 얘길 해서.. 또 걸어온 길이 평탄치만은 않은데도 긍정적이셔서 보기가 좋았던 것 같다. 연민 같은 것도 조금은 느꼈던 거 같고.. 일종의 존경?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다.

한번은.. 내가 모유수유 할 때 였나.. 오후 5시반인가 암튼 늦게 내가 낮잠을 잤는데 규현이는 안자서.. 나를 깨울 수 없어 7시반 까진가 계셨던 적이있다. 결국 규현이도 자서 퇴근하신다고 문자를 남기고.. 내가 다행히 이모님이 가시고 금방깨서 전화도 드리고 자는 규현이도 확인하고 했다. 깨우시지 그랬냐고 하니 산모가 오랜만에 곤히 자서 깨울 수 없었다고 하는게.. 엄마 같아서 더 미안했던 적이 있다.

정락이가 와서는 내가 없었나 다른방에 있었나 그랬는데.. 힘드시죠? 하니 너무 힘들어서 퇴근하고 집가서는 저녁도 안드시고 쓰러져 주무신다 했단다. 여튼 그렇게 열심히 해주셨다. 규현이를 항상 예쁜 사람이라고 불렀고 먹일때도 씻길때도 웃음소리가 그친 적이 없었다. 정리정돈 자격증이 있으시댔나 암튼 그래서 규현이 식기랑 옷이랑 등등을 서랍에 엄청 잘 정리해주셨다. 시키지도 않은 일인데 규현이가 잘 때에도 쉬지 않으셨다. 그래서 서랍장을 열때마다 생각이 난다. 이제 또 내가 다시 어지르겠지..

 

거기다 이사하고 하면서 나도 버릴려던 물건들 많이 드리고 해서.. 고맙다며 아침에 2+1하는 편의점 커피를 자주 사오셨었다. 이모님은 카라멜 마끼아또를 좋아했다. 아무리 천원 이천원이라도 좀 그러니까.. 이사와서는 네스프레소를 다시 꺼내 씻었다. 단걸 좋아하셔서 카라멜 시럽까지 샀다. 나도 단걸 좋아는 하지만 카라멜은 내 취향은 아니라 더 생각이 난다. 뜯은지 얼마안되서 커피를 내릴때마다 옆에 시럽통을 보면 생각이 난다.

 

규현이 생각난다며 자잘한 장난감이나 우리집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오시기도 했고, 옥수수철에는 옥수수를, 고구마철에는 고구마를, 바나나가 싸다며 바나나를 사와서 같이 먹기도 했다. 규현이 100일에도 뽀로로 장난감을 사다주시고.. 그랬다. 그리고 센스가 있으셔서 한번 알려드리면 그대로 잘 해주셨다. 다이슨 청소기로 청소통 분리해서 먼지 버리는게 어려운데 알려드리니 그대로 하시고.. 브레짜도 깔대기랑 물통 청소 매일 하는게 좀 귀찮은데 어깨너머로 보시고는 해주시고.. 근무 중에는 절대 핸드폰이나 티비 보시지 않으시는 것도 좋았고.. 

 

주 1회 화장실 청소도 해주시고.. (이건 산후조리업체에서는 업무 영역이 아니라고 써있다 아기에 직접적 관련이 있는 가사가 아니라서) 가끔 이유식도 만들어주셨다. 매일 기저귀 쓰레기봉투 10리터 짜리랑 음쓰도 버려주시고.. 앞베란다 물건도 정리해주셨다. 내가 누워 있을 때. 컴퓨터 앞에 있을 때두 쉬지 않고 뭔가 내가 편하도록? 일을 해주셨던게 참.. 고맙다.

 

밥은.. 엄마가 매주 반찬을 여러가지 그득그득 만들어서 가져다 줘서 데우기만 하는 거였기는한데.. 여튼 비싼? 반찬은 안드시고 뭔가 싼거 위주로 드시는데.. 나는 고기 없음 안되서 ㅋㅋ 맨날 고기류 하나를 내가 꺼내서 굽거나 데워서 나눠먹었다. 나 많이 먹으라고 계속 그러시는데 그냥 똑같이 나눠먹음. 언젠가부턴 내 식성도 파악해서 딱히 주문?안해도 내가 좋아하는 데로 차려주심. 저녁에는 귀찮기도 하고 점심 잘먹었으니 빵이나,,떡이나 과일, 샐러드 정도로 대충 먹는데 그것도 맨날 더 잘챙겨먹으라며 밥해줄라고 하시고. 

얼마나 어떻게 다치셨을까? 마음 같아서는 병문안이라도 가고 싶지만 혹여 다른 업체에서 일을 하셔야해서 거짓말 한거라면 불편할테니까 깊게 묻지 않았다. 업체 통하면 수수료가 많아서(60만원) 세번째 달 부터는 개인으로 했다. 그래서 업체에서 업무 복귀를 종용한단 말을 몇 번 하셨었다. 그래도 내년 2월까진 해주실 수 있대서 철썩같이 믿고 있었는데.. 끝인 줄 알았으면 인사도 더 제대로 하고 선물도 드렸을텐데.. 이사하는 중에는 10일 정도 엄마네까지도 와주셨었다. 물론 돈을 조금 더 드리기는 했지만.. 8호선 신풍역에서 광화문까지 왕복하면 4시간을 걸렸을텐데.. 여튼 너무 좋은 분 만나서 감사하고.. 눈물도 나고.. 당장 내가 혼자봐야 해서 힘든 것도 힘든 건데 갑작스런 이별이 슬프달까?

새벽에 잠이 깼는데 .. 낮에도 생각이 났고 쓰고 싶었지만 혼자 보려니 정말 여유가 없어서.. 이제야 폰으로 쓴다. 컴터 키고 예전 사진도 좀 찾아보고.. 하고싶지만 그럴 여유는 없네.. 많이 다치신게 아니기를.. 혹은 얼른 나으시기를.. 그리고 그동안 규현이를 사랑으로 봐주셔서 정말 큰 사랑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보고 배운대로 사랑과 정성으로 규현이 더더 이쁘게 키울게요. 이모님 복이 5복 중에 하나랬나? 그럴 정도로 맘이 맞기 어렵다던데 제가 복이 많나봅니다. 얼른 쾌차하시고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 반나절이라도 도움받을 분을 단디헬퍼라는 사이트에서 찾아보는데 올리자마자 연락이 꽤 온다. 그런데 전화로 통화를 하고 얘길해봐도 다 믿음이 안가고.. 마음도 안 가고.. 쉽게 면접보러 오시란 말도 잘 안나온다... 집에 누군가를 들인다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인거 같다. 나도 다시 일을 하고싶기는 한데.. 6개월하고도 3주가 지나고 나니 몸도 거의 다 회복된거 같고.. 사실 조금 지겨운 때도 있다. 규현이가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다르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때도 있고.. 그나마 영화하나 보고 미술랭 글 쓸 수 있던때가 참 좋은 시절이었구나? 느껴지기도 하고. 이사 온지 3주도 넘어가는데 왜 이렇게 아직도 고칠게 많고 어수선하고 세팅된 기분이 안드는 걸까. 이모 정락이 엄마 아빠 도움까지 받아서 정리 많이 한건데도.. 아직도 계속 할일이 남아있네.. 방충망 교체하고.. 하수구 트랩 설치하면 그래도 대략은 된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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