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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주절주절

일과 육아

ㅊㅈㅇ 2023. 4. 26. 13:06

시간 정말 빨리 지나가네. 2023년도 벌써.. 나이들면 시간이 점점 더 빨리 지나간다더니 진짜 그런 것 같다. 애 낳기 전에는 일하는 즐거움이 정말 컸고, 그게 삶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일에 매몰된 삶을 살았는데.. 그게 내 정체성이고,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이고, 일을 잘하는 게 내 삶의 목표라고 생각될만큼.. 일상이 거의 일과 관련된 것들로 가득했다. (물론 돈은 안되었지만;;)

 

근데 애 낳고는 어찌저찌 하다보니 미술의 미음도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미술 없이 살 수 있을까 싶게 전시보러 다니고, 작가 작업실 가고, 글쓰고, 그게 내 인생에서 엄청 크고 중요한 부분 이었는데.. 안보고 안하고도 또 잘 살아지네. 여전히 일을 놓고 싶지 않고, 계속 하고 싶고, 하고 싶어서 이런저런걸 벌리고 그러다보니 내 계획과 틀어지면(애가 아프다거나 하는 등) 짜증나고 스트레스 받기는 하는데.. 그래서 이번학기는 정말 자잘한 글쓰는 일들은 모~두 다 거절하고. 호선배랑 하는 아르코일이랑 계원 강의. 정도만 하고 있는데도.. 3~4월 규현이가 거의 내내 아파서 가정보육도 오래하고, 적응기간이라 빨리오고 등등 진짜 애한테만 온전히 매달리는 그런 두달을 보냈다. 휴.... 이제 5, 6월은 괜찮아야 될텐데 걱정이네. 

 

지금은 애가 엄마 손이 많이 가는 유아 시기이지만.. 중학생?만 되도 엄마가 자기 일 없으면 또 심심해지고 우울해진다고 하니? 일을 놓아서는 안될 것 같다. 지금은 빡세지만 또 조금 지나고 나면 일 못하는 데에서 오는 자괴감이 더 클 것 같은. 박사논문도 써야할 것이고.. 하고싶은 전시도 또 해볼 거고.. 썼던 글들 모아서 책도 내고 싶고.. 가능하다면 강의도 계속 하고 싶다. 

 

육아만 해도 즐겁게 잘 사는 여자들도 많은데.. 난 왜 육아만 하는게 즐겁지가 않은지.. 그만큼 내 일이 중요한 사람인것 같다. 돈이 워낙 안되니까 사실 남편과 엄마를 설득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는 않는데 ㅠ 그래도 나는 일할때 너무 즐겁고 나답고 행복한 것 같다. 나혼자 산다에서 한 아나운서가 취미생활 하며 보내는 주말을 보여주면서 행복해보였는데.. 나한테는 사실 일이 취미이고 취미가 일이랑 연결되서 일하는 그 자체가 넘 즐겁다. 작업실에 가서 작가랑 얘기하고, 전시장에 가서 작품 보고.. 글쓰고 사진찍고.. 기획하고.. 이게 내 취미생활 같다. 취미와 일의 영역으로 딱 나누기 애매한게 사실 문화예술 분야 직업의 장점이자 단점 같기도 하구. 규현아 엄마도 본업 좀 하자 협조좀 부탁한다! 

 

이모님이나 외조모에게 맡기고 해외 출장도 잘 다니구, 야근에 주말출근도 하는 친구도 있는데. 나는 그냥 내 애는 내가 주로 많이 보고 싶은 마음은 있는 것 같다. 그냥 나의 엄마가 나를 그렇게 키워줬기도 했고, 나도 내 애랑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하고. 물론 내가 안하고 다른 사람이 해도 잘 크겠지만,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라고 해야하나. 굳이 이 시간을 다른 여자에게 외주 주고 내가 하고 싶은 뭔가가 없어서 그런것 같기도 하다. 여튼 규현이랑 나랑만 아는 놀이라든지, 말이라든지, 노래라든지, 그런것들이 생기는 게 좋고. 매일 매일 조금씩 커가는 모습들을 내가 제일 먼저 보고 또 기록할 수 있어서 좋다. 귀염둥이가 더 귀염둥이가 되는 과정을 보는 기쁨이라고 해야하나. 

 

5, 6월은 강의도 나가야하니까 좀 더 정신 바짝차리고! 옷도 좀 깔끔하게 입고, 출근을 해보자. 진짜 몇달만 안해도 이렇게 감이 떨어지고 폼이 사라지는데, 경력단절 몇년 이러면 진짜 컴백이 힘들 것 같다. 방학하고선 넉달 정도 쉰건데도 이렇다니.. 최정윤 정신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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